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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yrus/Dizzy Report

Prodigy 7.1 LT

프로디지(Prodigy) 7.1 LT는 그야말로 5년만에 산 사운드 카드이다. PC에서 위성 스피커(Satellite Speaker)와 우퍼(Woofer)를 쓴다는게 생소할 무렵부터 사운드에 투자해왔지만, 그러한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그냥 메인보드에 붙어있는 사운드 칩셋으로 만족하며 지내왔다. 요즘의 메인보드 내장형 사운드 칩셋이 예전과 달리 음질이 크게 향상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또, 좋은 음감이란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일반적으로 좋다고 하는 음색은 원음을 대단히 왜곡시켜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썼던 카드는 야마하 XG 칩셋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음에서 깨끗하게 뻗어나가는 야마하 칩셋의 소리를 듣다가 원래 음의 평범한 소리를 듣고 난 뒤, 과연 무엇이 음질이 좋다고 해야할지 혼란에 빠진게 시작이었다. 야마하 칩셋이 소리가 너무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어 CMI8738 칩셋을 쓴 사운드 카드를 사용해봤는데, 음량은 풍부하지만 둔탁한 소리에 깜짝 놀라 바로 뜯어버렸다. 다시는 들을 생각이 나지 않은 칩셋이었다. 깨끗한 고음을 강조한 야마하 칩셋에 길들여져 있었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질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이펙터(Effector)의 각종 효과 때문이다. 물론 칩셋 자체의 특성은 논외로 하고서 말이다. 제대로 된 소리를 체감하려면 이러한 전자 장비에 투자하는 것보다 좋은 음향 시설(가정집 같은 경우 소리가 난반사되지 않도록 스피커 위치를 조정하거나)을 갖추거나 스피커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사운드 카드에 더 이상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이펙터에 의한 효과보다 인간의 청각 주파수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가 훨씬 음향 감상 환경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운드 카드의 모든 효과를 다 꺼버린 상태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우연 이상의 의미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그것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카드가 사실 대단히 음을 왜곡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지내면서, 사운드 카드를 둘러보다가 프로디지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평가는 나쁜 편은 아니었고, 그동안 내장 사운드 칩셋에 좀 지겨워졌던터라 프로디지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프로디지 7.1 LT가 1만원이라도 더 비쌌다면 살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디지 XT와 LT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결론적으로 XT를 샀더라면 대단히 돈이 아까웠을 것 같다. 마야도 매력적이었지만 프로디지를 선택한건, 전용 드라이버를 제공하는 프로디지에 비해서 마야의 레퍼런스 드라이버 기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프로디지가 좀 더 풍부한 입출력 기능을 제공하긴 하지만 레코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었으며, 마야가 프로디지 7.1 LT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장형 사운드 칩셋인 ALC888에 비해 압도적인 음질 향상을 보여주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XT를 샀더라면 정말 돈이 아까웠을 것 같은 또 다른 이유는, 프로디지 역시 음질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펙터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었으며, 동일한 칩셋을 사용하는 XT와 LT 사이에서 음질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프로디지 사용기를 읽어보면 음질이 정말 좋다는 사람이 있고, 그저 그렇다는 사람도 있는데 음질이 정말 좋다는 사람은 디지털 디코더가 장착된 스피커를 쓰는 사람이거나, 일반 아날로그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이런 종류의 사운드 카드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프로디지의 음의 해상력는 확실히 내장 사운드 칩셋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펙터가 달린 카드들은 음량이 풍부하지 않다. 즉, 컴퓨터에서 5.1 채널 이상을 구성한다면, TV 홈 시어터와 달리 사용자는 모니터와 가깝다. 일반적인 홈 시어터의 경우, 센터 / 프런트의 전방 출력이 후방 출력보다 조금 더 강력한데, 컴퓨터에서는 이것과 반대가 된다. 즉, 듣는 사람은 리어 스피커보다 센터, 우퍼, 프런트 스피커와의 거리가 더 가깝기 때문에 후방 출력이 더 강력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디지의 경우 음량과 후방 출력이 생각보다 약한 느낌이다. 거기에 센터와 우퍼 출력이 민감해서 공간감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모든 이펙터를 끄고 이퀄라이저를 조절해봐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장 사운드 칩셋을 쓸 때보다 음의 해상력은 훨씬 깨끗하다. 내장 사운드 칩셋이 구조적인 한계로 소리가 뭉뚱그려 표현되는 느낌이라면, 프로디지의 출력은 훨씬 또렷하다.




이펙터를 사용하면 일반 MP3 오디오는 음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것은 음이 둔탁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디지는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것은 프로디지가 모든 이펙터를 꺼버린 상태에서도 잡음이든 뭐든 시원하게 터져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사운드는 일반적으로 하드웨어적으로 음향 효과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사운드를 녹음할 때 아예 그런 효과를 넣고 그대로 녹음해버리며, 대부분의 경우 그냥 날로 듣는게 낫다. 그런 점에서 프로디지는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프로디지를 게임에서 최적의 조합으로 맞추려면, 게임이 QSound를 지원한다면 QSound를 활성화시키고, 그렇지 않다면 이퀄라이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이펙터는 꺼버리는게 제일 낫다. 프로디지는 게임에 특화된 제품이 아니며, EAX를 지원하는 게임은 많지 않다, 그것을 위해 몇 만원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그 몇 만원을 CPU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결론적으로, 당신이 디지털 디코더를 갖춘 스피커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면, 프로디지를 사서 확실히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이미 그러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디지로는 성이 차지 않을 재력가일 가능성이 높지만). 디지털 디코더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XP에서 5.1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면 QMSS 지원으로 상당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날로그 스피커, 특히 PC용 위성 스피커와 우퍼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프로디지에 의해서 갑자기 음질이 대폭 향상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이펙터를 한번도 체감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펙터에 의한 감동적인 음감을 기대해도 좋다.

만약, 5.1 채널 이상의 환경을 처음 구축하는 사람이라면 마야도 좋은 선택이 된다. 마야 MK-II POS와 프로디지 7.1 LT는 거의 동일한 스펙의 칩셋을 사용한다. 대폭적인 음질 향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프로디지 7.1 LT는 1만원 정도 아까운 생각이 들 것이고, 홈 시어터를 처음 구축해보는, 특히 사운드 카드를 처음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마야는 최고의 가격대비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디오트랙의 드라이버 지원은 대단히 훌륭한 편이지만, 현재 배포되고 있는 프로디지 7.1 LT의 드라이버는 대기 모드로 진입했다가 깨웠을 경우, 오디오 출력이 먹통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버그가 있다.

통합 믹서의 UI 부분에서 불편한 점도 있다. 오디오트랙 홈페이지에 있는 프로디지 FAQ는 대단히 충실한 편인데, 이 FAQ를 통합 믹서의 메뉴에서 직접 열어 볼 수 있도록 CHM 형식으로 만들어 포함했다면 훨씬 훌륭한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또, 간단한 About 항목을 넣어서 현재 버전 따위에 대해 정확하게 명기했으면 좋겠는데, 드라이버 통합 패키지에서의 버전과 프로디지 7.1 LT 단일 드라이버 버전이 달라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무리 작업을 해서 최종적인 1.0 버전으로 배포하면 좋을 것 같다.


덧글(2010.2.9) : 프로디지의 윈도우 7 공식 드라이버는 큐사운드를 지원하지 않는데, 공식 드라이버에서의 프로디지의 능력은 제한적이다. 윈도우 7을 사용하고 있다면 프로디지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VIA 레퍼런스 드라이버에서의 QMSS 지원 삭제는 디지털 디코더를 가지고 있지 않은 5.1 채널 사용자들에게 매우 뼈아프다. VIA 레퍼런스 드라이버는 2채널을 5.1 채널로 가상 확장 출력이 가능하지만, XP에서 지원되었던 QMSS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