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의 생명은 Win32 API이다. 지금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API를 꼽으라면 단연 Win32 API이다. 물론 POSIX도 그에 못지 않았지만, 일반 사용자, 캐주얼 프로그래머들, 벤더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런 Win32 API도 시대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쇠락하기 시작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웹이었다. 웹은 데스크탑 환경과 달리 이질적이며, 인터페이스의 준수가 엄격하게 요구된다. 더구나, 네트워크의 발달은 윈도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웹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세상으로 만들었다.
비스타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스타는 분명히 5년만 더 일찍 나왔어도 굉장한 운영체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용자들에게 에어로와 같은 환상적인 UI를 제공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웹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브라우저를 이용해서 서핑을 하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이 고작이다. 과거로부터의 온갖 유산을 짊어지고 있는데다 이름만 들어도 질려버릴 각종 기술로 치장된 공룡은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다. 파워 유저들이라고 하더라도 LVM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윈도우 7은, 비스타의 이러한 실패 요인을 잘 짚어내어 .NET을 중심으로 경량화에 중점을 맞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구글(Google)의 Chrome OS로 한 순간에 빛이 바랜 느낌이다. 즉, '이만큼이나 가벼워졌다니 대단하다'에서, '윈도우가 몸집을 줄여봤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로 순식간에 포지션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 정도로 Chrome OS의 폭발력은 대단하다. 사실, 몇번을 말하지만 Web based Application보다 로컬 환경의 Rich Application이 훨씬 낫다. 문제는 일반 사용자들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일반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Web based Application으로 구현된 Visual Studio를 사용한다고 해보라. 아마 미쳐버릴 것이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은 Visual Studio가 아닌, 브라우저를 주로 사용한다.
윈도우의 경량화는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입장에서는 이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이다.
윈도우와 Chrome OS는 양극단에 서 있다. Chrome OS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웹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구글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그동안 든든하게 뒤를 지켜주던 Win32 API에 기반한 응용 프로그램들의 급격한 웹으로의 이탈은 심각한 문제이다. 많은 수의 윈도우 프로그래머들은 구닥다리 Win32 API에 머물러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구원할 WPF 기반의 프로그래머와 Application은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시대의 절대 명제인 Everywhere Web을 구현할 하드웨어에 탑재되기에 윈도우는 너무 무겁다. 또, 내부가 하드웨어에 맞춰진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를 원하는 벤더들에게, 내부가 블랙박스화 되어 있는 윈도우는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Chrome OS가 주장하는 170cm의 40kg은 다이어트 과장 광고와 마찬가지이며, 윈도우가 버리고자 하는 무거운 기능들을 향해 몸집을 불려나가야 한다. 구글이 푼돈이나 만지고자 하는게 아니라면, Web based Application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신들이 무겁다고 비난한 그 기능들을 구현해야 한다. 반대로, 윈도우는 오래 전의, 165cm에 48kg의 늘씬한 아가씨로 돌아와야 한다.
Papyrus/Dizzy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