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메신저는 한 가지 단점을 제외하고는 아주 유용한 도구이다. 쓸데없는 광고나 필요 이상의 플러그인들은 메신저 구현 자체의 문제라 하더라도, 서로의 메신저가 달라서 각기 다른 메신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큰, 현실적인 단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메신저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웹 메신저와 같은 솔루션이 등장했었는데, 아무래도 웹 메신저는 로컬 환경에서 동작하는 리치 애플리케이션(rich application)보다 기능이 부족하고 UI가 형편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피진(Pidgin) 메신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아주 훌륭한 대안이다. 피진은 오래전에 GAIM(GNU AOL Instant Messenger)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이다. AOL 측으로부터, AIM 사용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항의를 받은 뒤 피진으로 프로젝트 이름을 바꾸었다. GAIM 시절에는 MSN 메신저와 잘 연동되지 않아 그냥 사용을 포기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채팅 기능은 그럭저럭 잘 돌아갔지만, 당시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메일 알림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그냥 MSN 메신저를 썼었다(2000년대 초반).
현재, 피진을 다시 살펴보니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한, 아주 괜찮은 소프트웨어가 되었다. 특히, 앞서 말했던 메신저를 사용하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인, 서로의 메신저가 다르다는 문제를 이제는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즉, 사용하고자 하는 메신저 프로토콜에 대한 플러그인을 설치하기만 하면, 해당 메신저의 기능을 피진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많은 사용자를 가진 네이트온 메신저의 플러그인에 대한 구현도 있으므로, 피진의 활용도는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피진은 MSN 메신저 프로토콜은 기본적으로 탑재된 플러그인으로 제공하며, Windows Live Messenger(WLM) 프로토콜에 대한 플러그인 구현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피진의 장점은 여러가지이다. 일단, 크로스 플랫폼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플랫폼이 바뀌더라도 쉽게 적응이 가능하며, 탭 대화창을 지원하기 때문에 여러 대화창으로 화면을 어지럽히지 않아 좋다. 파이어폭스가 처음 내세운 탭 브라우징이 웹서핑에 얼마만한 편리함을 주었는지 생각해보면, 탭 대화창의 유용함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윈도우 포트는, 설치 파일을 제공하는 것과 그냥 압축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따로 설치 과정 없이 그냥 원하는 폴더에 압축된 패키지를 풀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피진은 GTK+ 기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GTK+ 런타임을 설치해야 한다. GTK+는 GIMP와 같은 많은 소프트웨어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툴킷이므로 설치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위의 과정이 귀찮은 사람은, 그냥 GTK+가 포함된 바이너리를 다운받아서 설치하면 된다.
피진은 http://sourceforge.net/projects/pidgin/에서 구할 수 있고, GTK+ 런타임은 http://sourceforge.net/projects/gtk-win/에서 구할 수 있다. GTK+가 포함되지 않은, 압축 패키지만으로 구성된 피진 패키지를 받은 사람이라면 먼저 GTK+ 런타임을 설치하고, 피진을 적당한 폴더에서 압축을 해제한다. 이것으로 피진을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
피진은 MSN 메신저 프로토콜을 자체 내장하고 있지만, 현재 MSN 메신저보다는 WLM 메신저가 더 널리 쓰인다. 피진은 WLM 플러그인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pecan이라는 외부 WLM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된다. pecan은 http://code.google.com/p/msn-pecan/에서 구할 수 있다. 바이너리를 다운 받고 실행하면, 피진이 설치된 폴더를 묻는 대화창이 나오고, 여기서 피진이 설치된 폴더를 지정해주면 된다.
만약, pecan 플러그인이 설치 파일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제공된 .exe 파일을 7-zip과 같은 프로그램을 압축 해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파일을 풀어낸 뒤, dll들을 plugins 폴더에 복사해도 된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다음 압축 파일을 그냥 pidgin 디렉토리에 풀면 된다.
pecan.tar.bz2피진을 위한 NateOn 메신저 플러그인은 다음의 사이트를 참조하라 : http://nateon.haz3.com/
이제 계정을 등록해보자. 메뉴의 계정 - Manage Accounts를 선택하면 다음과 같은 대화창을 볼 수 있으며, 여기서 Add를 선택한다.
이후 나타나는 계정 추가 대화창에서 계정의 세부 사항을 설정할 수 있는데, 먼저 원하는 메신저의 프로토콜을 선택한다. MSN 메신저를 사용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WLM을 사용할 것이므로, MSN 대신 WLM을 선택한다. pecan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WLM은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WLM의 메일 알림 기능이 필요하다면 해당 항목을 체크한다. 밑의 별칭은, 해당 메신저에서 등록한 닉네임이 적용되며, 원한다면 여기서 바꿀 수 있다. 필요한 기본적인 설정은 이것이 전부이다.
피진은 복수 계정에 대해 동시에 로그인할 수 있으며, 각 메신저의 대화 상대는 피진에 합쳐져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을 조금 주의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A 메신저의 그룹 이름과 B 메신저의 그룹 이름이 같다면 피진에는 동일한 그룹 안에 대화 상대가 모두 포함되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피진을 사용할 때는 등록하려는 각 메신저의 그룹들을 미리 요령있게 분류해두면 좋을 것이다. 사실, 이런 분류는 어떤 면에서는 필수적이기도 한데, 여러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 목적에 따라 다른 대화 상대들을 등록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피진에서 그룹이나 대화 상대를 조작하는 것은 해당 메신저 계정의 그룹 관리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피진에서 그룹 관리는 신중해야 한다. 피진으로 여러 메신저를 통합해서 사용하기 전에, 미리 각 메신저의 그룹이나 대화 상대를 적절하게 분류해두기를 다시 한번 권한다.
이런 점을 주의한다면, 피진은 아주 훌륭한 통합 메신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pidgin.im/
http://draco.pe.kr/archives/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