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질라(Mozilla) 재단에서 가장 주목 받는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파이어폭스(Firefox)라서, 썬더버드(Thunderbird)는 묻히는 감이 없지 않다. 파이어폭스가 근래 들어 상당히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는 반면, 썬더버드는 오랫동안 3.x 버전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파이어폭스 5.0이 릴리즈되면서 썬더버드도 4.0을 건너뛰고 무려 5.0으로 버전을 올려 릴리즈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썬더버드 5.0은 메이저 버전 숫자를 2만큼이나 바꾸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새롭게 바뀐 UI는 파이어폭스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필요에 맞춰 적절하게 UI 컨트롤을 배치한 파이어폭스와 달리 뭔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파이어폭스의 경우, 잘 사용하지 않는 풀다운 메뉴 및 툴바와 같은 항목들을 전체 레이아웃에서 제외하여 사용자에게 간단한 느낌을 주고 보다 넓은 웹서핑 화면을 제공한다. 썬더버드도 이와 같은 스타일의 UI를 채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예전 컨트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산만한 느낌을 준다. 즉, 새로운 스타일의 UI를 적용하기는 했지만 썬더버드의 기능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과거 UI와 차별화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썬더버드 5.0은 파이어폭스와 마찬가지로 게코(Gecko) 5.0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썬더버드만의 잘 만들어진 UI로 수렴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3.x 버전에서는 단순한 뷰에 지나지 않았던 탭이 부가 기능 설정과 같은 부분에서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어서, 메일 클라이언트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탭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썬더버드 5.0은 UI와 같은 외부적인 변화보다 내부적인 성능 향상이 더 두드러진다. 대략 400개에 가까운 성능 향상점이 있다는 개발팀의 말대로, 썬더버드의 안정성과 속도는 크게 향상되었다. 대량의 편지가 쌓여있는 편지함을 다룰 때 과거와 달리 불안정한 면이 많이 사라졌으며, 많은 수의 메일 계정과 RSS 피드를 가져올 때 잠깐씩 불통이 되던 현상도 사라졌다. 부가 기능 관리자가 개선되었으며, 각 플러그인들이 RSS 피드를 직접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또, 아웃룩에 비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일정 관리 기능의 부재는 라이팅(Lighting) 2.0.x에 의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썬더버드는 애초에 기업 시장보다는 개인 사용자에 적합한 메일 클라이언트지만, 제대로 된 일정 관리 기능이 없다는 것은 아무리 개인 사용자가 주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아쉬운 점이었다. 라이팅은 그럭저럭 메일 클라이언트와 통합된 일정 관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썬더버드 5.0은 3.x에서의 오랜 정체 기간을 깨고 간만에 등장한 메이저 업데이트지만, 숫자의 변화만큼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완성된 느낌이라기보다는, 다음의 커다란 한 발을 위한 느낌이 더 크다. 3.5나 4.0 정도의 버전으로 나오는게 적절해 보이지만, 파이어폭스와 버전을 비슷하게 가져가기 위해서 5.0 버전으로 릴리즈한 것 같다. 5.0이라고 하기에는 UI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지만, 3.x에서의 자잘한 버그들이 대부분 수정되었고, 무엇보다 메일 클라이언트 본연의 기능 향상은 메이저 버전 업데이트라고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