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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yrus/Digging in the Dirt

Digging in the Dirt 4, 더블클릭... 빅뱅!

하형일 : UC 샌디에고 경제학과 졸업, 매킨토시 사용경력 10년째인 컬럼니스트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현재 모자이크 브라우저로 생명력을 부여받은 WWW의 시작과 이 사이버스페이스가 이루어 낼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호기심은 의외로 더블클릭 한번으로 시작한다. 386 PC, 8MB 램, 그리고 9,600bps 모뎀은 이 '더블클릭'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앰너스티 아티스트(Amnesty Artist)'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80년대 후반 피터 가브리엘, 스팅, 그리고 U2 등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인권존중 운동 콘서트는 앰너스티 인터내셔널이라는 국제사면기구를 대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억압받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부각시켜 좀더 인권이 존중되는 살기 좋은 세상의 구현에 초점을 둔 비영리적인 순회공연이었다. "Human Right Now!"의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이 순회공연은 소위 인권문제의 메카라고 불리는 한두 군데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보다 기금을 많이 모을 수 있는 대도시에서보다는 인권운동의 전장지라고 할 수 있는 제3세계의 소도시에서 콘서트를 실시하였다. 대부분 스폰서 한군데 없이, 형식적인 티켓 가격을 책정하여 매 콘서트마다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지속적으로 콘서트를 실시한 이들을 이해하는 음악팬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앰너스티 아티스트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이 "Human Right Now!" 콘서트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우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콘서트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이러한 콘서트를 열고 있다는 자체를 널리 알리는데, 즉 홍보(Publicity)에 있습니다." 그리고 홍보 개념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음악팬들에게 즐길 수 있는 오락적인 음악보다는 계몽적인 차원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정착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음악팬들에게 변화를 유도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매킨토시 84와 윈도우 95

'더블클릭'이라는 용어가 처음 파생된 곳은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인 팔로 알토와 애플 타운이라 불리는 쿠퍼티노(Cupertino)라는 소도시이다. 리사라는 엉뚱한 개념의 컴퓨터로 시작한 애플 사의 '더블클릭 운동'은 1984년 매킨토시 파인더를 선보이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공개됐다. 일반 마우스라는 기기 자체가 생소한 시점에서 이 새로운 변화를 쉽세 유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애플 사가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바로 '더블클릭'이라는 용어였다.

"더블클릭은 모든 것을 해결한다. 당신이 만약 수십 가지의 도스 명령에 마비돼 혼란에 빠져 있다면, 마우스를 한번 만져 보십시오. 더블클릭은 '가르침'보다는 '본능'입니다." 실질적으로 더블킬릭의 개념은 컴퓨터 매뉴얼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아니었다. 마우스를 쥐면 더블클릭은 저절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저절로 되는 것'이 바로 PC 사용의 시작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키보드 대신 마우스를 생산해 판매하고, 애플 사가 본체에 마우스를 번들로 제공하는 이유도 바로 마우스의 핵심적인 더블클릭 개념에 대한 상징을 나타내는 것이다.

작년 여름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야심작, 윈도우 95가 출하되었을 때 퍼스널 컴퓨터 시장은 처음으로 '더블클릭'이라는 개념에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386PC, 윈도우, 8MB 램, 그리고 9,600bps 모뎀. 이것은 현재 더블클릭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그리고 이제 더블클릭은 단순한 시작이 아닌 센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마우스를 판매하기 시작할 때부터 빌 게이츠가 갑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강조하지만 더블클릭의 개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참/거짓)


X86 플랫폼의 미래

더블클릭에서 빅뱅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변화를 설명하기 전에 이 변화를 주도할 하드웨어적인 기술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하겠다.

작년 한 해 가장 큰 뉴스거리는 윈도우 95의 출현과 인터넷의 대중화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펜티엄이라는 CPU를 너무 평범하게 다뤄버린 것 같다. 어느 날 혜성처럼 나타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윈도우 95와 인터넷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인텔 사의 펜티엄 CPU가 가져다 준 혁명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PC라 불리우는 일반적인 퍼스널 컴퓨터는 X86이라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X86 플랫폼은 인텔 사의 CPU를 구분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X라는 변수는 트랜지스터의 보유량과 비례해 숫자의 크기가 증대해 있다. 인텔 사의 가장 최신의 일명 'P6', 펜티엄 프로는 자그마치 기본 펜티엄 칩에 2백만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보강시킨 워크스테이션급의 성능을 지닌 CPU이다. 만약 작년에 펜티엄 칩이 없었더라면, 인터넷의 부흥과 윈도우 95의 존재는 솔직히 가치가 없거나 미약했을 것이다. 하드웨어의 기술적 지원 없이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형식적인 발전만 도모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은 앉은뱅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텔 사는XT부터 P6까지 X86 플랫폼을 유지해 오면서 아케텍쳐 차원의 변화보다는 단순한 속도의 향상인 트랜지스터의 증대에만 중점을 두고 칩을 발전시켜 왔다. 물론 CPU의 속도가 칩의 성능을 대변하고 펜티엄급의 칩을 PC 사용자들이 고대해 왔던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된 P6는 기존의 속도 개념을 제고해 보아야 할 만큼 문제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는 칩이라는 점에 필자의 요지가 있다. 현재 CISC 기술로 5백만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함축시킨 퍼스널 워크스테이션급 CPU는 'P6'를 포함해 DEC알파와 울트라스팍-1이 있다.

DEC알파칩은 자그마치 9백만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보유하며 200Mhz가 훨씬 넘는 속도를 자랑하는 워크스테이션급 CPU이며, 울트라스팍-1도 이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지닌 고성을 CPU이다. 여기에 'P6'칩이 이들 워크스테이션급 CPU들과 비교된다는 사실 자체가 인텔 사답지 않은 행동이며, 만일 인텔 사가 'P6'의 용도를 이들 워크스테이션급에 맞추어 판매한다면 X86 플랫폼의 미래에 적신호를 안겨주는 결과만 초래하게 된다. 두 마리의 토끼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제국이 쓸데없는 힘자랑으로 결국은 파명을 자초했다는 역사적인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텔 사의 P6는 현재 미운오리새끼일 수밖에 없다. P6를 워크스테이션급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너무 쟁쟁한 칩들이 워크스테이션 마켓을 장악하고 있고, X86 플랫폼의 개인용 CPU라고 하기에는 일반 펜티엄 칩과 비교했을 때 현실적인 장점이 없다.

현재 PC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X86 플랫폼 기준의 소프트웨어들은 거의 대부분 386 체제 하에서 16비트로 제작되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소프트웨어의 95%가 386 수준인데, 하드웨어만 686, 786 886으로 발전하면 무슨 의미가 있으며, 현실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겠는가? 실제로 펜티엄 프로(P6)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16비트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킴에 있어 기존 일반 펜티엄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현재 GUI 체제의 기세를 몰아 붙어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하드웨어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시장은 이제 하드웨어의 체제의 변화보다는 스스로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통합운영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PReP, CHRP, 그리고 모든 하드웨어를 포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언어들의 출현은 더 이상 하드웨어의 통제에만 묶여 방황할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월드와이드웹(WWW)

월드와이드웹은 GUI 체제가 구축한 최대의 수확인 동시에 '더블클릭' 개념의 궁극적인 입지를 확보할 터전이다. 매킨토시 84는 이러한 변화에 씨앗을 뿌렸고,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 96와 인텔 사의 펜티엄 칩은 결과적으로 수확을 한 셈이 됐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극대화를 이루며 지난 한 해 동안 컴퓨터라 불리는 매개체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단순히 사무자동화기기의 연장선에서만 비추어졌던 컴퓨터는 앰너스티 아티스트들이 유도한 변화처럼 가벼운 엔터테인먼트와의 조화를 시작으로 발전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인터렉티브를 전제로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그리고 국가와 국가를 하나로 묶는 통신망, 즉 사이버스페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제2의 빌 게이츠라 불리우는 마크 안드리센(Marc Andressen)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자본주의 활용 영역을 연장시키는 최대의 터전"이라며 인터넷을 평가하고 있다. 마크 안드리센의 모자이크 브라우저를 계기로 웹의 개념이 정착된 이후,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사는 넷크케이프 2.0을 선보이며 단순한 브라우저 개념에서 벗어나 파일과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체제를 탄생시켰고, 썬 사의 자바 언어(java Language)는 넷스케이프의 표현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따. 아이러니컬하게도, 자바는 애당초 웹체제를 위해 추진된 언어라기 보다는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자기기들을 통합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환인 코드명 '그린(GREEN)'의 오크 언어(Oak Language)에서 파생되었으며, 인터렉티브 TV에 적용하려다 시장성을 잃고 표류하던 끝에,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웹을 구축하자 '자바(Java)'와 '핫자바(Hot Jave)'라는 새 이름으로 사이버스페이스 구축에 파수꾼역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자바의 출현과 더붙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웹체제는 컴퓨터라는 기존 의미를 180도 전환시켜 버렸다. 정보의 가치와 깊이면에서 웹은 기존 미디어들이 제공하던 기본 정보전파방식을 송두리께 뒤바꾸어 놓았고, 보거나 듣거나 읽고 마는 정보의 개념에서 벗어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방식을 급속도로 현실화시키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를 통한 사이버스페이스의 구축은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까지도 흔들어 놓고 있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겠다"라는 전제 하에 썬 사의 자바 언어와 유사한 기능을 보유한 블랙버드 언어(Black Bird Language)를 출시한다. 썬 사의 자바 언어가 CNN과 워너 브라더스의 인터렉티브 TV 전용 응용 언어와 3DO 사의 혁신적인 비디오 게임 포맷을 정착시키기 위해 두문불출하다가, 결과적으로 안드리센의 웹 세계로 포섭된 것과는 달리, 빌 게이츠의 블랙버드는 웹체제에 또다른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메가톤급 언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블랙버드 언어는 자바가 핫자바라는 통역사(interpreter)를 갖추고 있듯이, 자체적인 통역사를 갖춘 체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썬 사의 자바와는 달리 C++로 제작되어 윈도우 환경에서만 호환성을 부여할 예정이다(썬 사의 자바 언어는 고슬링(Gosling)이라는 프로그래머가 기존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제작한 순수 창작품이며, 어떠한 하드웨어 플랫폼에서도 운영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블랙버드는 윈도우 전용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느나 웹 사용자들의 95% 이상이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우 사용자라는 전제를 내세운다면 호환성 문제는 없다고 봐야하지 않은가? 더 나아가, 빌 게이츠는 블랙버드를 자사의 비주얼베이식 체제로 전화시킬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올 한해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몰고 올 블랙버드 언어는 웹체제의 대중화는 물론, 인간의 기본 생활 패턴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괴력을 지닌 도전다이다.


더블클릭이 가져 온 초현실

필자는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살바도르 달리가 웹을 경험한다면, 그의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낮 대학 조교에 불과했던 마크 안드리센은 웹의 정착을 위해 엄청난 스폰서를 끌어 들이지도 않았고, 세상을 바꿔 놓겠다는 포부도 없었다. 단지 생명력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천재가 더블클릭이라는 메타포를 현실에서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위대한 이유도 그가 천지창조를 그렸고 다비드를 조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켈란젤로 시대에 활동했던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을 모두 모아 진열해 놓으면 누구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웹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살아 숨쉬는 천재적인 작품이며, 천지창조의 빅뱅은 다름아닌 더블클릭에서 시작된다. 클릭 클릭.


1996.02. Digging in the Dirt, 더블클릭... 빅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