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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yrus/Digging in the Dirt

하형일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 Episode 41 - 45

Episode 41. 10할대 타율로 중무장한 공포의 외인 구단

야구는 9번 공격하고 9번 수비하는 제한된 경기이다. 물론 점수가 나지 않거나 동점 상황에서 연장전으로 돌입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대부분 4시간을 전후해서 경기가 종료되고 만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적 군단이 나타나 선수 전원이 모두 10할대의 100퍼센트의 출루율을 보인다면, 이론적으로 1회 초 공격은 영원히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콜드 게임도 한 이닝은 끝나야 선언될 수 있는 개념이다. 만약 메이저 리그에 이러한 공포의 외인 구단이 출현했다면, 5만 관중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존의 규정을 뜯어고치는 것이다. 가령, 한 이닝에 낼 수 있는 최대 점수를 10점으로 제한한다면, 그러면 팬들이 다음 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무적 구단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공포의 외인 구단으로 통한다. 그리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밸리에서 영원히 1회 초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며, 이들은 대부분 규정을 고쳐서라도 게임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인 폴 로머(Paul Romer)는 소프트웨어가 지닌 고유의 특성인 '길들여짐'과 '폭발적인 시장 잠식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전제로 운영체제라는 소프트웨어가 일반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물과 공기와 같은 난라이벌(Non rival) 상품과 동일시되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라는 상품이 물과 공기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갈 수 있는 시장 장악력을 지니고 있고, 대부분의 일반 상품(연필이나 지우개와 같은)의 가격 결정 요소가 되는 최종 원가의 개념이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소프트웨어가 결코 일반 상품처럼 생산되거나 판매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즉, 지난 한 세기 동안 일반 제조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 온 일반 상품과 비교해 소프트웨어라는 특수 상품은 새로운 잣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 폴 로머 교수의 주장이다.

소프트웨어라는 상품이 순수한 최종 원가에 일정한 마진을 부여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일반 소비자들은 거의 무상으로 소프트웨어르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논리가 바로 오늘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프리웨어화 운동과 이론적으로 맥을 같이하는 파격적인 패러다임이다. 프리웨어 옹호자들은 소프트웨어가 기존의 경제 개념에 입각해 판매되는 일반 상품의 관점을 전면으로 부인하고 있으며, 현재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R&D 비용으로 최종 생산 원가에 포함시키는 방법론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상의 모든 일반 상품들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현실적으로 R&D 분야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 금액이 생산 원가에 직결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예를 들어, 윈도 95의 첫번째 카피, 즉 윈도 95 일련변호 1의 실제 가격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그 동안 투자한 R&D 비용을 포함해 수천만 달러로 책정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생산되는 모든 윈도 상품들은 CD와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외하면 최종 생산 원가가 제로로 돌변하게 된다. 소프트웨어가 지닌 이러한 한계 원가의 특수성은 일반 상품의 효용을 전제로 발전해 온 기존 경제학의 이론으로 설명하기에는 억지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디지털 경제의 논리로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상품은 우리가 절대적인 가치로 매일 접하는 물이나 고익와 그 특성이 유사하며, 결코 특정한 개인에 의해 생산과 판매가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작은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프트웨어의 독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분리된다. 요컨데, 차세대 이론인 다윈의 법칙에선 가능할 순 있어도, 무어의 법칙의 테두리 안에선 절대 불가능하다.


Episode 42. 프리웨어의 물결이 결코 무어의 법칙을 이길 수 없는 이유

지난 20여년 간 소프트웨어 시장은 윈도 시리지의 PC 클론과 매킨토시 시장으로 양극화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일찌감치 대세를 굳혀버린 윈도 플랫폼이 성능면에서 우수성을 입증 받은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길들여짐(호환성)이라는 소프트웨어의 특수성에 너무나 큰 가치를 부여해 플랫폼의 전환이라는 발상 자체를 원점에서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문제는, 인터넷과 수많은 유틸리티 프로그램의 출현으로,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아닌 조금만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광범위한 선택을 취할 수 있는 옵션의 의미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인터넷을 필두로 이루어지고 있는 PDF와 같은 통일된 문서 포맷의 보편화는 사용자들에게 역설적으로 보다 넓은 세계를 선택할 수 있는 입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나아가, 호환성 문제가 전혀 언급될 필요가 없는 자바와 지나 형식의 크로스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상업적 성공은, 아직은 미흡하지만 무어의 법칙이라는 거대한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패러다음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현실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론적 가능성과 사용자들이 몸으로 느끼는 현실적 피부 지수는 실리콘 밸리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진보해 왔으며, 오늘날 디지털 경제가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이론적 근거는 윈텔 진영의 굳건한 패러다임에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만 제시할 뿐, 아직은 그 어떤 상품도 윈텔 진영의 아성에 흠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분산형 소프트웨어 체제(자바와 리눅스)가 현실적으로 무어의 법칙을 거슬러 성공할 수 없는 단정적인 이유다.

인텔사가 18개월을 주기로 두 배의 성능을 보유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절반의 가격으로 시장에 쏟아내는 무어의 법칙을 유지하는 이상, 1,000만 줄의 코드를 넘어선 거대한 중앙 통제식 소프트웨어(윈도 운영체제)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하며 몸집을 불려나갈 것이다. 2년 전엔 16메가 램과 1기가 하드로 대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32메가 램과 2기가의 하드가 필요하듯이, 무어의 법칙이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는 한 윈텔 제국과 이들 개미 군단들은 영원히 이 게임의 법칙을 수용할 것이다.

밸리는 상업적 아이디어와 맞물려 한 치의 오차 없이 적용되는 자본을 통해서만 진보한다. 이것이 바로 무어의 법칙을 깨지지 않는 신화로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며, 철저히 계산된 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무어의 법칙은 삽시간에 무너지고 만다. 물론 경제학적인 이론과 일반 소비자들의 관점이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엔 틀림없지만, 벤처 자금이라 불리는 특수 자본이 모든 대세를 결정짓는 실리콘 밸리의 현실에서 새로운 이론이 대세로 정착하기 위해선 순수성보다는 상업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상품은 자의든 타의든 밸리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플사의 '마이웨이'이며, 현재 리눅스 운영체제가 구축하고 있는 '프리웨어' 또한 밸리의 특수 자본과 결탁하기 전에는 결코 미래란 있을 수 없다. 무어의 법칙은 실로 간단하다. 아이디어는 기술을 배양하고, 자본은 시장을 만들어낸다.

지난 20여 년 간 특혜 아닌 특혜를 누려온 윈텔 진영의 호환성 문제가 더 이상 PC 시장의 다원화를 배제시키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은 리눅스 운영체제,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 그리고 자바 언어의 출현으로 입증되고 있다. 리눅스 운영체제가 안정적인 프리웨어라는 엄청난 장점을 기반으로 운영체제 역사상 전례가 없는 모든 플랫폼 간의 완벽한 호환성을 갖춘 혁명적인 플랫폼이라는데 반론을 제시할 사람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천 명의 하드웨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해 인텔사의 X86 프로세서를 비롯해 모토롤사사의 파워PC 칩은 물론 디지털이큅먼트사의 알파칩(Alpha), 썬사의 스파크칩(SPARC), 그리고 실리콘그래픽스사의 밉스칩(MIPS)까지 현존하는 모든 대표적인 프로세서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된다는 장점은 아직까지 실리콘 밸리에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거대한 발자취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네트워크화된 프로그래머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리눅스 운영체제의 잠재적 시장 규모가 이론적으로 천문학적일 수 있어도, 또 오늘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제3세계의 리눅스 시장을 감안한다 해도, 리눅스가 전체 운영체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퍼센트를 밑도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아도, 32비트로 제한된 윈도 NT 시스템에 비해 무일푼으로 64비트의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모든 플랫폼에 적용시킬 수 있는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잡은 리눅스는 항간의 소문대로 윈도 운영체제를 궁극적으로 대체할 꿈의 소프트웨어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연합 세력인 개미 군단은 좀처럼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아이디어는 기술을 배양하지만, 자본의 부재는 곧 시장의 부재를 의미한다.

1994년 인터넷의 빅뱅과 동시에 일반 사용자들에게 보편성을 획득한 리눅스 운영체제는 지난 5년간 윈텔 제국의 아성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만 제시했을 뿐, 정작 리눅스 운영체제의 창시자이자 프리웨어 운영체제의 혁명을 주도해 온 제1세대 프로그래머인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는 현재 상업적인 가치를 찾아 헬싱키 대학을 떠나 실리콘 밸리의 작은 벤처 기업에서 입지를 도모하고 있다. 밸리에 입성한 토발즈가 넷스케이프의 신화를 일구어 낸 앤드레센처럼 보편성을 지닌 새로운 리눅스 버전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순수한 의미에서 시작된 리눅스 프로젝트가 실리콘 밸리의 거대 자본에 유혹당하고 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나 상품은 언제든지 적절한 자본을 만나 시장성을 구축하게 된다. 이것이 무어의 법칙이 말하는 실리콘 밸리의 기본 정신이며, 여기서 기반을 닦은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이 추구하는 벤처 자본주의의 근본 철학이기도 하다. 즉,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궁극적인 프리웨어화는 무어의 법칙에 기초를 둔 실리콘 밸리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철학이며, 이것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닌 엔지니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리눅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프리웨어라는 파격적인 '공짜주의'를 천명하면서 윈텔 제국의 아성을 뒤흔들어놓을 것처럼 위세를 떨치던 일리노이주립대의 모자이크 프로젝트가, 핵심 멤버였던 마크 엔드레센과 에릭 비나의 이탈로 최초의 순수한 취지를 상실한 채 실리콘 밸리의 벤처 자금의 도움으로 넷스케이프라는 상업적 이름으로 밸리의 대표 상품으로 전락(?)한 예가 입증하듯이, 리눅스가 주장하는 순수한 시대의 밸리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리눅스가 적절한 자금을 만나, 윈도 NT가 현재 보편화된 일반 소비자들의 운영체제인 윈도 98을 대체할 시점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냐는 현재 밸리의 전문가들이 주시하고 있는 큰 흐름 중의 하나이지만, 아마추어들의 연합 전선만으로 윈텔 제국의 아성에 흠집을 내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프리웨어 옹호자들을 외롭게 외친다. "리눅스는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의 운영체제를 지향한다!"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리눅스의 미래를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무어의 법칙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실리콘 밸리는 프리웨어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아나키즘적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며, 지금의 빌 게이츠와 앤디 그루브도 투표로 뽑힌 것은 아니라는 차가운 현실을 어떻게 부인할 것인가! 낚시 바늘로 잡을 수 있는 고기는 따로 있다.


Episode 43. 진화론에 입각한 리눅스-다윈의 법칙으로 승부한다.

무어의 법칙은 반드시 정지한다. 그 시기가 언제일 것이냐 하는 문제만 있을 뿐, 이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나의 호빵에 이 세상의 모든 팥을 다 담을 수 없듯이, 호빵보다 작은 크기의 CPU가 담아낼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양도 분명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만약 무어의 법칙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직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부인하면서 뉴턴의 물리관을 옹호하는 사람과 비유될 수 있겠다. 다시 말하지만, 무어의 법칙의 한꼐는 그 시점의 논쟁만을 남겨놓고 있을 뿐, 또 다른 빅뱅의 출현이 불기피한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에 대한 벤치마크는 언제든지 가능하며, 인텔사가 CPU라는 제한된 공간에 얼마나 오랫동안 트랜지스터를 함축시켜 담아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은 현재 실리콘 밸리가 가장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는 핫 이유임에 틀림없다. 조만간 다시 폭발할 것이며 그 때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이 도래할 것이라는 혁명주의자들과, 무어의 법칙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더라도 윈텔 제국의 지속적인 대세 유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보수 온건파들의 주장은, 현재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대립 양상을 띄고 있다. 하지만 썬사의 자바 언어와 프리웨어의 상징인 리눅스 운영체제의 출현은 앞으로 전개될 실리콘 밸리의 팽창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양쪽 모두 수긍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바는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일찌감치 예견한 썬사의 빌 조이에 의해 조직적으로 추진된 분산형 소프트웨어의 대표작이며, 리눅스는 인터넷의 보편화로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난 윈텔 제국에 대한 네티즌의 작은 반란이다. 그리고 자바와 리눅스로 대변되는 크로스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예상치 못한 약진은 끝간데 모르고 달아오르고 있는 무어의 법칙을 승계하게 될 차세대 이론으로서 전세계 네티즌을 흥분시키고 있다.

자바와 리눅스는 무어의 법칙과 180도 상반된 논리인 '다윈의 법칙'에 의해 팽창한다. 소프트웨어 진화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강력히 주장한다.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거대한 자본이 요구되는 독과점 사업이 아니며, 5억에 달하는 전세계 네티즌들은 기존의 획일적인 통제에 강력히 저항해 나갈 것이다!" 즉, 사용자들은 필요에 의해 소프트웨어를 창조한 후 적자생존의 원칙에 입각해 진화시켜 나갈 것이며, 불필요한 부분은 자연 발생적으로 소멸돼 버릴 것이라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진화론에 근거한 다윈의 법칙이며, 알 깨고 나가기의 첫걸음이다.

무어의 법칙의 한계는 곧 하드웨어 시장의 붕괴를 의미한다. 18개월을 주기로 변신을 거듭하던 프로세서의 진보가 한계에 이르게 되면, 실리콘 산업의 대세는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로 그 주도권이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즉, 하드웨어의 속도가 지속적으로 빨라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전제로 지금까지 구축되어 온 중앙 집중적인 하드웨어 체제가 기능별로 해체되고, 필요에 따라 기능이 조달되는 편조 개념의 분산형 운영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편조 개념을 승화한 운영체제가 바로 리눅스이며, 이 순간부터 소프트웨어는 완성형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인터넷의 출현 이전만 해도, 소프트웨어란 상품은 특정 프로그래머들이 제한된 시간을 투자해 체계적인 설계 도면을 가지고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듯이 폐쇄적인 모습으로 시장에 선보여왔다. 그리고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상품의 안정성을 최종 평가하는 베타 테스트 과정을 인위적으로 거친 다음, 완벽에 가까운 안정성을 획득했다고 평가되면 비로소 일반 소비자들에게 폐쇄형 개념의 상품으로서 판매되어 왔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편화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시장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고 있다. 리눅스를 앞세워 구축되고 있는 전문 프로그래머들의 공조 체제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폐쇄된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의 필요에 의해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제품은 멸종을 향한 도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화 공간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즉, 하나의 상품을 순식간에 보편화시킬 수 있는 건설적인 면과,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상품을 순식간에 퇴출시킬 수 있는 파괴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적자 생존의 원칙에서 보면 베타 테스트와 같은 상업적인 목적의 시험은 이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사용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파생될 것이며, 전세계 사용자들과 프로그래머들이 공조 체제를 이루어 창출해 내는 애플리케이션의 전체적인 진화 과정 자체가 베타 테스트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눅스의 성공적인 보편화는 이러한 진화론에 입각한 새로운 시장의 충돌을 조심스럽게 예견케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운영체제가 다윈의 법칙에 입각해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연합 세력에 의해 진화되어 왔듯이, 수만 명의 연합 세력이 만들어낼 애플리케이션은 기능성과 안정성은 물론 인지도 면에서도 기존의 경쟁력을 갖춘 어떠한 제품도 물리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가설 또한 결코 꿈 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요컨데, 가장 완벽한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의 검증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무어의 법칙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게 될수록 다윈의 법칙은 철저하게 기존 시장을 파괴해 나갈 것이다. 오직 사용자를 위한,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의 세상을 위해...


Episode 44. 안티-윈텔의 미션 임파서블 작전

할리우드에서는 빌리 조엘(Billy Joel)이라는 가수가 있고, 실리콘 밸리에는 빌 조이(Bill Joy)라는 엔지니어가 있다. 조이는 실리콘 밸리가 자랑하는 거물급 스타는 아니다. 빌 게이츠처럼 "빌"이라는 퍼스트 네임만으로 "디지털"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지도 않고, 오라클의 레리 엘리슨(Larry Ellison)처럼 "레리"라는 이름으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elational Database) 시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또, 스티브 잡스처럼 실리콘 밸리의 뉴스를 주도한 적도 없고, 앤디 그루브처럼 한 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만한 위치에 놓여있지도 않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한 가닥"했다고 평가받는 사람 치고, 빌 조이라는 인물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여기서 빌 게이츠도 예외는 아니다. 실질적인 능력과 영향력에 비해 일반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평가 절하되어 있는 인물은 국가와 분야를 막록하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만약 박찬호라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능력과 가능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진 인물이라면,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저평가된 인물로는 빌 조이를 꼽을 수 있으며, 오늘날 실리콘 밸리라는 거대한 디지털 메타를 형성시켜온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화두에 언제나 가장 닮고 싶어하는 밸리의 터줏대감으로 인식되는 점은 빌 조이가 결코 일반적인 엔지니어는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빌 조이는 인터넷 시대의 예언자라는 평가를 듣지만, 한번도 "온 더 레코드"의 의미로 이렇고 저러한 시대가 이쯤에서 이러한 상품을 등에 업고 탄생할 것이라는 트린드성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그는 모든 것을 행동으로 표현해 왔을 뿐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 테크놀러지의 약진으로 강력한 네트웍 운영체제가 필요할 때 그는 유닉스를 개량해 썬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솔라리스를 탄생시켰으며, 인터넷이 미래라는 판단이 들자 통신개념관는 무관하게 추진해온 유령 언어인 오크(Oak: 자바 언어의 모체)를 인터넷에 접목시켜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생소한 사이버 공간을 제4차 서비스 산업의 주요 인스파스트럭쳐로 변모시켜 버렸다. 더 나아가, 그는 중앙 집중적 운영체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1998년, 자신의 자바 팀을 재가동시켜 모든 플랫폼을 초월한 크로스-플랫폼 개념의 분산형 시스템인 지니를 인터넷과 네트웍에 상륙시킴으로써 앞으로 5년 이내에 인터넷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폭풍을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를 향해 급상승시키고 있다.

빌 게이츠가 1981년 IBM사로부터 카멜롯의 궁전을 접수했다면, 빌 조이는 1995년 전설적인 엑스칼리버를 손에 쥐고 있는 격이 된다.

빌 조이는 70년대 테드 홈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에드 로버츠의 미츠 컴퓨터가 탄생했을 때 현장에 있었고, 팔로알토의 제록스 파크 연구소에서 금세기를 결정짓는 삼대 테크놀러지들(GUI, 레이저 프린터, 그리고 이서넷)을 뿜어낼 때, 누구보다도 가까운 위치에서 이들을 관찰하며 응용해 왔으며, IBM사의 PC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도스가 실리콘 밸리의 모든 헤드라인을 장악하고 있을 때, 빌 조이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잉태할 모체가 될 유닉스 운영체제 시장을 보편화시켜 왔다. 그는 남에게 싸움을 건 적도 없고, 또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득시키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이 지니고 있는 패러다임을 누구보다도 높은 열정을 갖고 추진해 왔고, 그는 당당하게 밸리에 그 결과를 쏟아내 왔다. 80년대 말, 관군(官軍)에만 사용이 허가되었던 인터넷이란 낯 선 인프라에 유닉스를 상륙시킨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터넷의 보편화가 빚은 대부분의 공적을 넷스케이프의 마크 안드레센과 HTML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에게 돌렸다. 썬사의 솔라리스 운영체제가 그 성능에 비해 일반 유저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러한 빌 조이의 내성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위대한 일엔 항상 열정이 따르게 되어 있으며, 열정이 있는 곳엔 주변의 시선이 따르기 마련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밸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대부분의 시간을 콜로라도 주의 휴양도시인 에스펜(Aspen)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소에서 보내고 있는 빌 조이는 이제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아무리 수면 밑으로 잠수하려 해도, 이젠 세상이 놓아주지 않는 거물급 스타로 부상해 버렸다.

지난 80년대 초, IBM사의 실수는 실로 실리콘 밸리의 모든 것을 변모시켜 버렸다. 물론, 당시 빌 게이츠 자신도 IBM사의 짐 로웨가 자신에게 던져준 도스의 운영권이 전설에서만 존재하는 카멜롯 궁전의 열쇠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단 한 순간도 IBM사의 희생을 통해 오늘날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90년대 초, 팀 버너스 리와 마크 안드레센에 의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른 인터넷 시대의 서막을 빌 게이츠는 짐작하지 못했으며, 빌 조이는 누구보다도 이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90년대 중반 이렇게 인터넷을 바라보는 두 "빌"의 시각은 하늘과 땅 차이였으며, 그 결과는 자바와 지니라는 트로이의 목마를 빌 게이츠의 희생을 전제로 탄생시키게 된다. 마약 90년대 초반 빌 게이츠가 윈도 95의 출시를 다시 한번(4번째가 되는) 연장시키면서 인터넷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면, 오늘날 자바를 둘러싼 썬사와의 소모적인 법정 분쟁을 피할 수 있었음을 물론, 1995년 8월 윈도 95의 화려한 팡파르에 유일하게 찬물을 끼얹은 넷스케이프의 전설적인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리노이 주립대의 NCSA 팀의 핵심 멤버들이 넷스케이프를 탄생시키기 위해 실리콘 밸리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빌 게이츠는 짐 클락의 비밀 프로젝트에 대한 파괴력을 짐작하고 있지 못했음은 물론,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가 인터넷에 상륙하여 일반 유저들의 다운로딩이 시작될 시점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는 극소수의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기본적인 틀도 유지하지 못하는 인큐베이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1995년 8월 9일 전세계 일간지 경제면을 강타한 넷스케이프사의 파괴적인 IPO 사건은 빌 게이츠에게 인터넷이라는 미디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모닝콜로 다가왔지만, 자신이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던 카멜롯 궁전의 엑스칼리버는 벌써 자신의 과거와 너무나도 흡사한 길을 걷고 있는 안드레센이란 21살의 신출내기 프로그래머에 의해 접수된 이후였다.

<윈도 95> 팡파르를 보름 앞둔 상황에 벌어진 이 사건은 실로 안티-윈텔 진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한 절묘한 미션 임파서블 작전이었으며, 콜로라도 주의 에스펜에서 이 날이 도래하기를 학수고대하던 빌 조이는 자바라는 호루병에서 지니를 끄집어 낸 후, "인터넷 혁명"이라는 단 하나의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4개월 후, 빌 게이츠는 모자깅의 소스코드 소유권사인 스파이글래스(Spyglass)와 인터넷 브라우저의 소스코딩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며, 넷스케이프를 선두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사이버스페이스 전쟁에 전면적인 선전포고를 단행하게 된다. 1995년 12월 7일, 빌 게이츠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제작하기 위한 법과 기술적인 기반을 마련하게 됐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모든 프로그래머들의 역량을 투입해 인터넷 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이 날은 공교롭게도 일본이 미국을 태평양전쟁으로 끌어들인 <진주만 폭격>의 54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인터넷 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pisode 45. 자바, 자바, 자바, 지니, 지니, 지니

빌 조이가 이끄는 자바(JAVA)와 지니(JINI)의 패러다임은 썬 마이크로시스템사를 밸리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급부상시켰고, 그가 추진한 "닷 컴(.com)" 패러다임은 이제 "네트웍은 컴퓨터다(Network is Computer)."라는 진리를 실리콘 밸리에 보편화시켰다. 자바와 지니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사를 하루아침에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탈바꿈시켰으며, 그들의 변신의 폭 만큼 썬사와 빌 조이의 주가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미래가 어디로 흐를 것이냐에 대한 질문은 모두 "빌 조이에게 물어봐."로 바뀌고 있으며, 3년 전만 해도 썬사의 운명이 실리콘 그래픽스사와 그리 다르지 않은 길을 갈 것이라는 지배적인 상황에서 빌 조이의 모사(謀士) 역할은 실로 한 회사의 운명만을 바꿔 놓았다고 평가될 순 없을 것이다.

썬사의 파격적인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자바와 지니의 약진은 실리콘 밸리의 대세로 굳어진 중앙 집중형 운영체제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수많은 분산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탄생시켜 버렸다. "작고 알찬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실리콘 밸리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채팅, 이-메일 서비스, 동영상, 멀티미디어 컨텐츠 등등 기능 위주의 팩키지 프로그램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유틸리티 회사들로 소프트웨어의 시장을 출현을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급기야는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 즉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되는지를 자문해주는 컨설팅 전문 회사를 탄생시켜 버렸다. 건설회사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 인력을 삽시간에 조달하듯이 실리콘 밸리도 이제 프로젝트 위주로 프로그래머들의 인력 시장이 정착되어가고 있으며,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헤드헌터 조직들이 단면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자바와 지니는 이렇게 실리콘 밸리를 하드웨어 집약형 산업에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즉흥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벤처 위주의 아이디어 시장을 "인터넷 혁명"이란 이름으로 탄생시켰으며, 이러한 대세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그 "빌"이 아니라는 사실은 "윈도의 열풍"을 삽시간에 잠재운 안티-윈텔 진영의 절묘한 반란이라고 볼 수 있다.

자바와 지니의 출현은 썬사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자바와 인터넷의 약진으로, 98, 99년 썬사는 과거보다 50 퍼센트 증가한 솔라리스 서버 시스템을 판매해 왔으며, 자사의 주가는 98년 한 해 동안 40달러에서 85달러로 급부상하면서 전년대비 두 배 이상의 가치로 폭등했으며, 현재 썬사의 주신은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사에 버금가는 블루칩으로 각광 받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날개 돋치게 판매된 윈도 NT의 붐도 자바의 덕을 톡톡히 봤으며, 빌 게이츠가 자바라는 어너의 표준 설정으로 법정 싸움까지 끌고 가는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도 자바라는 언어가 지니고 있느 가능성의 무게를 대변해 주고 있다. 1998년 AOL사가 넷스케이프를 합병하면서 그들은 썬사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는 지속될 것임을 가장 우선적으로 천명했으며, 조만간 AOL, 넷스케이프, 그리고 썬사로 대변되는 안티-윈텔 진영의 새로운 트로이카는 윈텔 제국의 대표작인 펜티엄칩과 윈도 운영체제의 도움 없이 각종 컴퓨터 주변기기와 전자 상거래를 보편화시킬 수 있다는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이들 회사들의 주가를 적절히 대변해 주고 있다. 빌 조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을 예상했지만, 뜻하지 않게 터진 인터넷과 디지털 경제의 태동은 하드웨어 시장을 급속도로 긴축시키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서비스 상품 위주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폭발시켜 버렸다. 하드웨어 시장은 무어의 법칙이 한계 상황에 다다르면 다다를수록 부가가치의 폭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반면 서비스 위주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네티즌 규모의 증대와 비례하여 천문학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썬사는 누구보다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또 이들은 이것을 현실적으로 입증하는데 빌 게이츠 못지 않은 역량을 발휘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세는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굳어졌다.

빌 조이는 무어의 법칙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는 인터넷의 출현으로 분산형 소프트웨어의 미래가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윈텔 제국의 대세에 이렇다할 흠집을 내지 못한 점도 깨끗이 인정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역시 이러한 새로운 대세에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세력을 등에 업고 전면적을 펼치게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빌 조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아무리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보유하고 있다해도, 전체 시장의 규모에 비교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어느 기업이든 자신들이 아무리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해도 대부분의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경쟁업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윈텔 제국이 엔드 유저들의 전반적인 소비권을 장악하고 있을진 몰라도, 대부분의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반대 진영에 서 있는 것이다. 이 논리가 바로 실리콘 밸리가 말하는 <조이의 법칙>이며, 그가 윈텔 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이는 조만간 소프트웨어 시장에 혁신적인 개혁이 단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실리콘 밸리에는 구조적으로 너무나 열등한 소프트웨어들이 무어의 벛깅의 상승곡선에 맞물려 "길들여짐"이란 절대적인 효과를 등에 업고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백만 줄의 코드를 보유한 천문학적 규모의 어플리케이션들이 벌써 소프트웨어 시장에 정당ㅅ어과 보편성을 획득했고, 현재 마무리 코딩 단계에 들어간 윈도 NT 5.0 버전은 2천만줄을 넘어선 항공모함으로 변신해 버렸다. 여기에 빌 조이와 중앙 집중적 소프트웨어에 반기를 드는 엔지니어들은 빌 게이츠가 윈도 시리즈로 확보한 독과점체제를 너무나 과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위도 95와 98의 대세 굳히기로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은 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무어의 법칙만을 신봉하면서 중앙 집중적 아키텍처는 내리막길을 알리는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윈텔 진영조차도 2천만줄의 코드를 보유한 운영체제가 아무런 버그 없이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3년째 윈도 NT의 출시를 연기시키는 이유이면서, 대부분의 안티-윈텔 진영에서 NT를 노 땡큐(No Thank you)로 뇌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쉽게도 하형일씨의 실리콘 밸리 스토리는 HOW PC의 폐간으로 여기서 중단됩니다. 예정된 전체 이야기에서 반 정도 밖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돌이켜보면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내용이 실제로는 그런 가치를 지니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고, 잘못 평가되었던 부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관점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이며, 하형일씨의 이 이야기는 이제 반세기를 조금 넘는 실리콘 문명의 귀중한 기록으로 남을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