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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y/Mathematics

<원론>의 형식체계

초기 그리스 수학자들에 의한 가장 위대한 성취 중의 하나는 틀림없이 공준적 사고의 창조일 것이다. 연역적 체계 안에서 한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 명제가 보다 이전에 입증된 어떤 다른 명제들로부터 논리적으로 유도되는 필연적 결과임을 보여야 하고 다시 여기에 사용된 명제도 그 이전에 이미 입증된 또 다른 명제로부터 유도되어야 하고, 계속해서 이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무한히 계속할 수는 없으므로 처음에 증명없이 인정해야 하는 어떤 유한개의 명제를 약속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제 B로부터 명제 A를 추론하고, 다시 명제 A로부터 명제 B를 추론하는 회귀현상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이 최초에 가정된 명제를 공준(postulate) 또는 공리(axiom)라고 부르는데 그 밖의 모든 명제는 이들로부터 논리적으로 추론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명제들이 배열되었을 때 그 논의는 공준적 형태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유클리드의 <원론>(The Element)의 형식체계가 그 다음 세대에 준 인상이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그 후로는 이 작품이 엄격한 수학적 논증의 한 모델이 되었다. 17, 18세기에 걸쳐 이 유클리드 형식이 어느 정도 배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준적 사고는 오늘날 수학의 거의 모든 분야의 논리적 배경이 되었으며 수학자들은 수학적 사고가 곧 공준적 사고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공준적 사고가 수학적 사고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공준의 일반적 성질과 공준적 사고를 연구하는 공리학(axomatics)이라고 하는 연구분야까지 생기게 되었다.

초기 그리스의 대부분의 수학자와 철학자들은 '공준'과 '공리'를 분명하게 구분하였는데 그런 여러가지 견해는 크게 다음 세가지로 요악될 수 있다.

1. 공리는 어떤 사실에 대하여 자명한 것으로 가정된 명제이고 공준은 어떤 사실에 대하여 자명한 것으로 가정된 작도이다. 따라서 공리나 공준은 정리와 작도문제 사이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상호관계를 갖는다.

2. 공리는 모든 학문에 공통적인 가정이고 공준은 특별한 학문에서의 고유한 가정이다.

3. 공리는 명백하면서도 또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가정이고 공준은 반드시 명백할 필요도 없고 또 학생들이 꼭 이해하기 쉬울 필요도 없는 것에 대한 가정이다(이 마지막 차이점은 본절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이다). 현대 수학에서는 이 두 개념의 차이를 두지도 앖고 또 자명하다는 것과 명백하다는 것의 차이도 두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관점에 접근한 초기 그리스인들도 약간 있었다.


유클리드가 <원론>을 처음 썼을 때 공준과 공리로서 택한 명제가 무엇인지, 또 정확하게 몇 개였는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후세의 <원론> 번역자들이 그것을 다소 수정하거나 가감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Copy from
Howard Eves, An Introduction To The History Of Mathematics
이우영, 신항균 옮김, 수학사, 경문사